8월 첫째 주 어느 날, 본격적인 장마의 시작으로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손민수와의 만남을 앞두고 덜컥 걱정이 됐다. 전나무 숲을 거닐었던 베토벤의 그림을 따라 한국예술종합학교 뒤편 산책로에서 진행하려 했던 야외 촬영이 무산되진 않을지, 그로 인해 인터뷰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인터뷰 당일. 비도, 무더움도 잠시 자취를 감췄다.
촬영 장소로 가는 길목, 예술의전당 앞을 지나며 3년 전 그날이 떠올랐다. 2017년 11월 1일, 손민수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가 시작된 날이다. 객석에서 본 그의 첫 무대는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연작소설 같았고, 손을 놓지 않고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 같았다. 2018년 두 번째, 세 번째 시리즈에 이어, 2019년 네 번째 다섯 번째 공연을 진행한 그는 올해 1월과 2월,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무대를 차례로 선보였다. 그리고 이제 이 대장정을 여밀 마지막 여덟 번째 무대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금, 그의 베토벤이 더 의미 있는 이유는 3년이라는 긴 여정도 물론이거니와 그 시간의 기록을 모두 담은 전집 음반이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그간의 공연에 대한 기록과 노트, 베토벤의 편지와 녹음을 앞에 두고, 손민수와 깊은 대화를 시작했다.
출처 : 객석 https://auditorium.kr/2020/09/%ED%94%BC%EC%95%84%EB%8B%88%EC%8A%A4%ED%8A%B8-%EC%86%90%EB%AF%BC%EC%88%98-%EB%B2%A0%ED%86%A0%EB%B2%A4%EC%9D%84-%EB%8B%AE%EC%95%84%EA%B0%84-%EA%B7%B8-%EC%98%A4%EB%9E%9C-%EC%8B%9C%EA%B0%84/